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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여러 사람들에게 포위 당해 있는 세 사람 가운데, 아가씨의 사문의 오라버니 소세옥이 끼

어 있었는지라, 비장한 결심을 하고 신영절학(神瑛絶學) 중에서도 오묘 불가사의한 재간을 부려 망

아곡(忘我曲)을 피리로 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을, 자기 자신들도 잘 모르는 사이

에 정신이 어리둥절해져서 저마다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어서 일장의 결사적인 싸움판을 없애 버리

는 데에 성공했다.그때 소세옥은 서기 주총과 그의 제자 유사고 아가씨를 위험한 지역에서 탈출시키

는 것이 가장 중대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 몰려든 수많은 인물들이 모두가 무예계에서는

쟁쟁한 일류 고수급 사람들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강주 아가씨가 재간을 부려 괴상한 피

리 소리를 내서 여러 사람의 정신을 혼란 상태에 빠뜨렸다고는 하지만, 만일에 그중에 어떤 한 사람

이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극도의 경각심을 가지고 그 피리 소리가 어느 문파나 계통의 재간이라

는 것을 눈치채고 내공의 힘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면, 강주 아가씨의 괴상한 피리 소리는 그만

큼 놀라운 효과를 거둘 수 없으리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런 까닭으로, 그 순간의 소세옥은 총

망중에 일부러 강주 아가씨와 비운을 알은 체 하려고 하지 않았고, 그대로 경각을 지체치 않고 서

기와 유사고 아가씨를 한 팔에 끼고 뺑소니쳐 버린 것이었다.바로 그날 그 자리에서, 강주 아가씨

는 누구의 입에선지 이상한 말이 나온 것을 대강이나마 들은 듯한 기억이 났다. 그것은 그 수많은

고수급 인물들이 현천비급이라는 책자 하나 때문에 결사적인 싸움판이 벌어졌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제 또다시 무영객이 그런 사실을 아가씨에게 재확인시켜 준 셈이다. 무영객이 조금 전에

한 말은, 결국 무예계 여러 큰 문파들이 모두 이 근방으로 몰려든 까닭은 바로 이 현천비급이라는

책자 하나를 저마다 입수해 보고자 하는 야심 때문이라는 의미였다.강주 아가씨는 대담 무쌍하게

도 생글생글 웃으며 상대방의 마음속을 떠보았다.”그러면 그대도 저 서기란 분과 그 제자라는 아

가씨에게 현천비급이란 책자를 내놓으라고 이런 지독한 짓을 하고 있다는 건가?”무영객은 뻔뻔

스럽게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그야 두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스승인지 제자인지 그건 몰라도, 저

두 연놈들은 천하에 유명한 사기꾼들이다! 네년이 무슨 사문의 오라버니니 뭐니 하는 청년이 몸

에 지니고 있던 현천비급이란 책자는 이미 저 연놈들의 속임수에 걸려서 빼앗겨 버리고 만 것이

다! 나는 연놈들보고 그것을 내놓으라고 했더니,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으니 한 번 호되게 버르

장머리를 고쳐 주는 도리밖에 있겠느냐?””뭐라구? 그게 정말‥‥‥ ?”강주 아가씨는 자신도 모

르는 사이에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한동안 묵묵히 생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