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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야! 이 화상의 말이 한 마디도 옳지 않은 게 없을 게다!”정기봉이 여전히 벽력 같은 소리를

질렀다.”미친 소리 말아라! 그건 둘이면서도 하나요, 하나면서도 두 가지가 되는 일이다! 그

따위 시시한 소리를 하니까 네놈의 말을 개수작이라고 한 것이다.”주육화상은 두 손을 높이

쳐들어 좌우로 마구 흔들었다.”위대한 방주님이란 것은 방파(幇派)를 창설함에 있어서 덕망

으로써 천하 사람을 위압시켜야 하는 법이다! 이봐! 적어도 위대하다는 방주님이 그게 무슨

쌍스러운 말버르장머리야! 이건 아주 건달, 망나니 족속들이 하는 지저분한 말버르장머리

군!”정기봉은 여전히 호통을 쳤다.”누가 네놈더러 미친놈처럼 함부로 날뛰면서 주둥아리질

을 하라고 하더냐?”주육화상은 또 히죽벌죽 웃었다.”히히히! 히히! 위대하신 방주님! 내가

한 말에 한 마디라도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반박해 봐라! 반박할 말이 있다면 내 말이 개수작

일 것이고, 내 말에 반박을 못한다면 그대의 여태까지 한 말이 모두 개수작일 것이다.”정기봉

은 어리둥절했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주육화상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반박할 여

지가 없는 옳은 말이었다.정기봉은 또다시 침통한 음성으로 소리를 벌컥 질렀다.”네놈이 지

금 하는 말은 뭣을 의미하는 말이냐?”만빙여 아가씨가 옆에 있다가 별안간 말을 가로챘다.

“위대하신 방주님이라시더니, 정말 벽창호시로군! 이렇게 남의 말귀도 못 알아듣는단 말인

가? 내가 그 말의 요점만 말해 주지! 다시 말하자면, 소세옥이란 청년과의 원한 관계는 응당

칼을 가지고 서로 끝장을 내야 할 일이고‥‥‥ 만약에 그대가 남의 손에서 탈취해 온 현천비

급 상권에서 터득한 무학(武學)을 가지고 대결하겠다면, 그대의 성수신검(聖手神劍)이라는

칭호는 이십 년 동안이나 허명 무실하게 천하에 전파되었던 것에 지나지 못한다는 의미야!

그것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위인이 무슨 위대하신 방주님이야?””흥! 요런 발칙한 계집

애가?”정기봉은 노발대발 어찌해야 좋을 바를 몰랐다.주육화상이 또 해죽해죽 웃으면서 말

했다.”헤헤헤! 헤헤! 우리 조카! 정말 총명하거든! 이 화상 아저씨의 심정을 어쩌면 그렇게 꿰

뚫고 들여다보듯이 잘 알아맞힐까?”만빙여 아가씨는 의기 양양하게 웃었다. 그리고 얄미울

정도로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흥! 날더러 잘 알아맞혔다구? 위대하신 방주님께서는 화상

아저씨에게 절대로 속아넘어가지는 않으실 거야! 하지만 내가 혼자 생각해 봐도 뻔한 일이지

뭐야! 만약에 성수신검이라는 칭호와 같이 검술에 놀라운 재간을 지니고 있었다면 무엇 때문

에 현천비급이라는 책자를 입수해 가지고 거기 기록되어 있는 무학을 연구하고 단련하고 나서

야 천하제일방을 창설할 필요가 있겠느냔 말야? 뻔한 노릇이지! 칼을 가지고 싸우면 자신이 없

으니까, 어물쩍하고 피해 버리려고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