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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이렇게 주둥아리를 나불거리는지라, 참다못해 두 눈을 딱 부릅떠서 비운을 흘겨 보며 호되게 쏴 붙였다.

“내 칼날이 잘라졌건 부러졌건 네년이 어쨌단 말이냐?”비운은 한쪽 눈도 깜짝하지 않고 여전히 생글생글 웃

으며 천연스럽게 대꾸했다.”아! 이제 알았어요. 이렇게 되면 정 부인께서 칼싸움에 지신 거군요!”백봉 주영

은 언성을 높여 소리를 빽 질렀다.”듣기 싫어! 두 번 다시 주둥아리를 놀리면 네년부터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가르쳐 놓겠다!”비운은 일부러 겁을 집어먹은 척하고, 결국은 상대방의 약을 올리는 소리를 했다.”에그머니

나! 부인! 제가 공연한 주둥이를 놀려서 화가 나셨다면 정말 죄송하군요! 하지만 그다지 화내실 건 없어요!

싸움이란 으레 한 편이 지게 마련인 걸요 뭐‥‥‥‥”무예계 사람들이란, 손을 써서 남과 대적할 때 무기가

잘라진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싸움에 패배했다는 의미로 간주한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이천검이

경혼검에게 패배당하고 만 것이다.아무리 백봉 주영이 패배하지 않았다고 배짱을 부리려고 해도, 눈앞에

명백히 증명된 사실이 있으니 입이 백 개 있어도 할 말이 없게되었다. 거기다 또 비운이라는 짓궂은 계집종

이 누가 이겼느니 누가 졌느니 하고 주둥이를 놀리는 바람에, 백봉 주영은 약이 바싹 올라서 얼굴빛이 백지

장처럼 핼쓱해졌다.”흐흥!”코웃음 소리를 터뜨리며 훌쩍 몸을 날렸다. 한길 저편에 매 두었던 말 잔등이에 바

람처럼 가볍게 내려앉더니, 고개를 이편으로 돌이켜 독살스런 눈초리로 세 사람을 노려보고, 채찍으로 말 궁

둥이를 호되게 갈겨 먼지를 휘말아 올리며 뺑소니쳐 버렸다.백봉 주영이 사라지고 난 다음에, 매약화 아가씨

는 퍼뜩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고개를 돌이키며 웃는 낯으로 비운에게 말했다.”이제 알았어! 비운!

네가 몰래 무슨 농간을 부려서 정 부인의 칼날을 잘라 버린 거지?”비운은 호들갑스럽게 깔깔대고 웃었다.

“오호호! 호호호! 그 여자가 건방지게 노는 꼴이 하도 아니꼬워서요. 무슨 자기가 대단한 인물이라구! 한번

혼을 내준 게 뭐 잘못인가요?”강주 아가씨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짓궂은 장난질 좀 그만 치라니까‥‥‥

네년은 언제나 내 말을 듣지 않구‥‥‥ 저 여자의 칼을 부러뜨려 놓았으니 또 시끄러운 일이 생기면 어쩐

다지?”매약화 아가씨는 가볍게 코코웃음을 쳤다.”흐흥! 겁날 건 없어! 그따위 솜씨쯤은 나 혼자서도 넉넉

히 감당해 낼 정도인데, 감히 강주 아가씨나 비운을 어쩔 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