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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돌연 동굴 어귀가 번쩍 하고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쉭 하는

소리와 함께 철썩 하는 소리도 들려 왔다. 누군지 동굴 어귀를 슬쩍 나가면서, 무슨 보따리 같은

것을 던지고 가는 것 같았다.소세옥과 매약화는 꼭같이 깜짝 놀랐다.소세옥이 나지막한 음성으

로 매약화 아가씨의 귓전에다 대고 속삭였다.”누님, 내가 가 보고 오리다. 내 추측이 틀림없다면

, 비운이 어디 가서 의복을 마련해다 던지고 갔을 것이오!”매약화 아가씨는 여전히 부끄러움에 두

볼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가슴이 쉴 새 없이 두근두근 방망이질을 칠 뿐이었다. 참다못해서 성

급히 물었다.”그럼, 방금 그 여자가 우리들을 알아보고 갔단 말인가?”소세옥이 긴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우리들의 꼬락서니를 보고 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아니오? 그러나 강주 아가

씨에게 끝까지 우리들을 못 보았다고 잡아떼는 것을 보면, 비운이 우리들에게 굉장한 호의를 베

풀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오!”매약화 아가씨도 한숨을 길게 내쉬며 대꾸했다.”그럼, 어서 나가

봐! 거기 던져진 것이 의복이었으면 좋겠어.”소세옥은 살금살금 가볍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굴 벽에 찰싹 몸을 붙이고 찬찬히 꼬부라지는 길목까지 걸어갔다.과연, 땅위에 떨어져 있는 것

은 옷보따리에 틀림없었다.소세옥은 감격하여 마지않았다. 팔을 뻗어 옷 보따리를 집어들고 몸을

돌이켜 매약화 아가씨가 서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다. 보따리를 급히 풀어 봤다. 추측한 것과 다름

없이 그것은 두 벌의 농촌 남녀들의 옷이었다.두 벌거숭이 남녀들은 옷을 집어서 허겁지겁 걸쳤다.

꼭 맞는 옷은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벌거숭이를 면할 수 있었고, 부끄러운 부분을 가

릴 수 있었다.소세옥과 매약화 아가씨는 옷을 입자 곧 동굴 밖으로 나왔다.고개를 쳐들어 오래간

만에 하늘을 쳐다봤다.벌써 태양이 서녘으로 기울고 있었고, 까마귀들이 떼를 지어 집을 찾느라고

산속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먼 곳에 서 있는 나뭇가지에는 저녁 연기가 서리어 있고, 서녘으로 기

운 태양도 멀지 않아 얼굴을 완전히 감춰 버리고 회색빛 땅거미가 다가들 무렵이었다.소세옥은

사방을 유심히 휘둘러 봤다. 후련하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누님, 우리 빨리 계곡 밖으로 나갑

시다. 강주가 얼마 안 있으면 되돌아올 것만 같으니‥‥‥”매약화 아가씨가 잡자기 생각난 듯,

불안스런 표정으로 물었다.”먼저 우리들의 혈도를 풀어 놓아야 할 게 아냐?”소세옥이 실망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하고 천천히 대답했다.”복면을 한 그 못된 놈의 혈도를 찌르는 수법은 실로

기기 묘묘했소! 나도 이미 혼자서 몇 번이나 시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