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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옥은 서서히 경혼검을 높이 쳐들었다.그러나 전신의 맥이 탁 풀린 몸으로는 마음대로 힘을

쓸 수 없었다. 간신히 있는 힘을 다해서 칼끝으로 돌문짝을 찔러 봤다.과연, 경혼검은 무예계에

서 드물게 보는 예리한 무기였다.칼끝이 한 번 돌문짝을 찌르자마자, 소세옥의 힘이 대단한 것도

아니었건만 철컥! 하는 소리를 내면서 칼끝은 아주 쉽사리 돌문짝을 꿰뚫고 말았다.소세옥은 기

뻐서 어쩔 줄 모르며 칼끝으로 아래를 깎아도 보고, 이편 저편으로 돌려도 보고, 위로 치받아보

기도 하고, 옆으로 휘저어 보기도 했다. 칼끝은 마침내 한 개의 깊숙이 뚫린 장방형의 입구(口)자

를 만들어 놓았다.소세옥은 경각을 지체치 않고, 다시 왼팔을 뻗쳐서 있는 힘을 손에 집중시켜

가지고 입구 자로 뚫려진 한복판을 밀쳐 버렸다. 놀라울 만큼 굉장한 음향을 내면서 한 개의 네

모진 바윗돌은 돌집 밖으로 나둥그러져 떨어지고 말았다. 당장에 돌문짝에는 구멍이 뚫렸다.

폭이 한 자쯤 되고 길이가 오, 륙 척이나 되는 큼직하고 네모진 구멍이었다.매약화 아가씨는

소세옥의 팔과 손을 어루만져 주면서 애처롭다는 듯이 물었다.”아우님! 힘이 다 빠졌지?”

소세옥은 헐떡헐떡 가쁜 숨을 쉬면서 대답했다.”아직 괜찮소!”매약화 아가씨는 조급함을

참지 못하고 서둘렀다.”이젠 빨리 나가 봐! 조심해야 돼! 그 못된 놈이 동글 밖에서 지켜 보

고 있지나 않았으면 좋으련만‥‥‥‥”소세옥은 숨찬 음성이었다.”누님 ! 내가 돌아올 때까

지 꼭 기다리고 있어야 하오!”매약화 아가씨는 다소 암담한 표정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물론 기다리고 있지 ! 하지만‥‥‥‥ 지금은 어느 때쯤 되었을까?”소세옥은 쓰디쓰

게 웃었다.”나도 잘 모르겠소!”매약화 아가씨는 처량한 표정으로 힘없이 씽긋 웃었다.”이 누이

가 참 바보지? 내가 알 수 없는 시간을 아우님인들 어떻게 알 수 있을라구?”아가씨의 눈초리는 상

위에서 타들어가고 있는 한 자루의 기다란 촛불을 노려봤다. 아직도 반 자 길이는 남아 있었다

. 아가씨도 또 허전하고 쓸쓸함을 감출 수 없는 표정을 하면서 소리 없이 쓰디쓰게 웃었다.

“우리 이 촛불을 가지고 서로 약속하기로 하지. 만약에 이 촛불이다 타서 꺼져 버리도록 아우

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도 그 이상 기다리지 않기루‥‥‥‥”소세옥은 아가씨의 말이

뭣을 의미하는지 선뜻 알아차렸다.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대답했다.”누님! 안심하시오! 내

반드시 저 촛불이 다 타서 꺼져 버리기 전에 돌아올 테니‥‥‥ 절대로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

는 안 되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리는 그 못된 놈을 붙잡아서 원수를 같아야 할 게 아니겠소

? 그래야만 나는 앞으로 영원히 누님과 같이 지낼 수가 있을 것이니까‥‥‥”매약화 아가씨

는 차마 헤어지기 싫은 것을 억지로 참으면서 야무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