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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그리고 나도 하마터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아슬아슬한 판이었어. 아! 정말, 현도노인의 손주 따님이

라는 만씨 아가씨가 달려들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했어.”두 젊은이들은 이야기를 그치고 한군데 산을 뒤

로 돌아 들어갔다.농사 짓는 사람의 집 같은 것이 한 채 눈에 띄었다.연비는 그 집을 찾아 들어가서 아가씨

에게 옷 한 벌을 사서 입힐 작정을 했다.그러나 그 집은 이상한 집이었다. 너무나 뜻밖의 광경이 두 젊은

이들을 놀라 자빠지게 했다.”여보시오. 이 댁에 아무도 안 계시오? 말씀 좀 여쭈어 봅시다.”연비가 아무

리 고함을 질러 봐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수상쩍다 생각하고 대문을 밀쳐 봤다.대문은 소리도 내지

않고 쉽사리 저절로 열려졌다. 그러나 눈을 쳐들고 집안을 휘둘러 봤을 때, 연비는,”아앗!”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선뜻 몇 발자국을 뒤로 물러섰다.뒤따라 대문 안으로 들어선 사마림 아가씨는 즉각에 무슨 괴상

한 일이 있다 생각하고 대뜸 물었다.”젊은 친구! 왜 그렇게 놀라 자빠진다는 거지?”연비는 그제서야 마

음을 단단히 먹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며 손짓을 해서 아가씨를 불렀다.”아가씨, 이리 좀 와 보세요. 이건

정말 끔찍한 일인데요!”사마림 아가씨는 그제서야 연비의 신변 가까이 걸어갔다.”아앗! 이건?”사마림

아가씨 역시 자지러지도록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연비의 등덜미로 물러섰다.자세히 살펴보니, 그 초가

집 안에는 네 구(具)의 시체가 나둥그러져 있었다. 그런데 시체는 이미 녹아 버렸다. 단지 남아 있는 것

은 알맹이 없는 몇 벌의 의복들뿐이었다. 그리고 의복 밑에는 시뻘건 피가 흥건히 괴어 있었다.

쉽사리 추측할 수 있었다. 사람을 살해한 뒤에 화골단(化骨丹) 같은 극약을 써서 시체를 녹여 버리고

시뻘건 피만 질펀하게 남겨 둔 것이 분명했다.두 젊은이들은 조용히 귀를 기울여 봤다. 그 초가집에 아

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용기를 내서 대담하게 집안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자세히 살펴보니,

아직도 녹아 버리지 않고 형체가 남아 있는 의상으로 미루어 봐서, 살해당한 네 사람은 모두 무예계 사

람들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슨 까닭으로 그 초가집 안에서 죽어 넘어졌는지? 그 까닭은 도

무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연비는 손에 닥치는 대로 그들의 의복 한 벌을 집어 올려 봤다.쨍그렁!요란

스런 쇳소리를 내고 땅바닥에 떨어지는 물건이 있었다.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한 개의 가죽 주머니

였다.연비는 얼른 그 가죽 주머니를 다시 집어 들고 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