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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같이 보이지만, 일평생을 위선 속에 파묻혀서 명성에만 급급하며 살아온 위인임을 잘 아는

고로, 그가 능히 이런 엉뚱한 야심을 품고 있으리라는 점도 계산에 넣고 있어야 했다.세 영도

자들은 번갯불같이 남몰래 눈을 찡끗해서 서로 암시를 보냈다.명원상인이 또 불호를 외고 나

서 자못 정중하게 답변을 했다.”나무 아미타불! 정 장주님은 실로 용의 주도하신 분이시오. 오

늘밤의 일로 말하자면, 우리 소림, 화산, 무당 삼 파에서 고의로 봉명장을 떼어놓자는 것이 아

니었고, 천하제일방 방주가 우리 삼 파를 지명해서 한 가지 중대 사건을 공공연히 해결 짓자

했기 때문에 귀장(貴莊)도 참여하도록 초청하지 못했던 것뿐이었소. 여러분이 이왕 여기까

지 오셨으니 좋도록 알아서 선처하시기 바랄 뿐이오.”명원상인은 비록 내심 불쾌하기 짝이

없었지만 천하 고수급 인물들이 무수하게 모여 있는 이 마당에서 이렇게 적당히 말해서 넘

기는 도리 밖에 없었다.백봉 주영이 또다시 세 영도자들의 아래위를 유심히 훑어보고 쌍끗

웃으면서 말했다.”그렇게 쾌히 승낙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우리 봉명장 사람은 오늘 밤에

어디까지나 무학을 관람한다는 입장에서 절대로 어떤 편에도 가담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봉명장에 대해서 도전해 오는 사람이 없는 한, 결코 손을 써서 남을 건드리지는 않을 겁니

다. 호호호호호‥‥‥”말을 마치는 순간, 어깨, 허리, 둔부, 전신을 수선스럽게 흔들어 교태

를 부리며, 호들갑스런 웃음소리를 터뜨려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유난히 끌었다.백봉 주

영의 이 말은 물론 삼대 문파의 영도자들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이지만, 그것은 결국 천하

제일방 사람들에게도 꼭같이 들으라는 말임이 틀림없었다.온갖 교태를 부려 가며 웃고 난

다음에 백봉 주영은 유난히 매정스러워 보이는 두 눈을 이리 굴리고 저리 찡긋거리고 사

방으로 추파를 던지며 갸우뚱갸우뚱 둔부를 한들거리고 처음의 제자리로 도로 걸어 들

어갔다.그제서야 봉명장의 여러 고수급 인물들도 모두 광장 언저리 땅바닥에 도사리고 앉

았다.단지 세심신니와 누군지 여러 사람이 한 번 본 일도 없는 낯선 늙은 부인 둘이서만

여러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곳에서 너댓 장이나 떨어진 곳에 서 있는 한 아름이나 되게 굵직

한 소나무 밑에 조용히 서 있었다.두 노파의 바로 옆에는, 꽃같이 젊은 두 아가씨가 서 있

었다. 하나는 흡사 한 덩어리 가벼운 보랏빛 구름같이 생긴 아가씨, 시커먼 눈썹이 유난

히 인상적으로 눈에 띄는 미모의 아가씨 정자운이었다.또 하나는 은행같이 윤곽이 뚜렷

한 눈에 앙칼진 성깔로 꽉 차서 일견사 허비를 노려보고 있는 천